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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 규제 풀어야 하는 3가지 이유

Mr. Han 2011. 11. 23. 18:57

DTI 규제 풀어야 하는 3가지 이유

기사입력 : 2011-11-21

 

 

정부가 오는 24일 대통령주재로 열리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부동산·건설시장을 살리기 위한 추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DTI 규제를 부활시키면서 가계부채 증가 및 이에 따른 금융부실화와 주택투기 우려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DTI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줄여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840조9200억원(올 3·4분기 말 기준)에 달하며 매분기 약 10조원씩 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과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대출 증가의 주된 이유는 금융부실화로 이어지는 투기적 용도가 아니라 신규 아파트 분양에 따른 집단대출과 경기불황에 따른 생계형 또는 사업자금 용도라고 주장한다. 주택시장이 종전 투기적 장세인 시세차익 중심에서 임대수익 위주로 재편되면서 투기적 용도의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줄고 대신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가계 및 사업부담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DTI규제가 지속될 경우 '하우스푸어' 증가 등으로 되레 가계부담을 더욱 가중시켜 가계부실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택대출 증가 대부분 신규아파트 분양용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DTI 규제를 풀어야 하는 첫 번째 근거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 기존주택 거래가 아닌 신규주택 공급에 따른 집단대출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같은 주택담보대출이라도 기존주택 거래에서 발생하는 대출은 거래가 마무리되면서 동시에 대출과 상환이 이뤄져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신규 주택은 대출이 발생하더라도 대출이 최소 수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를 유발시킨다.

 

실제로 DTI 규제가 부활하기 전까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들여다보면 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10년 8월 71조8475억원에서 2011년 2월 72조9653억원으로 1조1178억원 늘었다. 이 기간 기존 주택 담보대출을 제외한 순수 신규 주택 담보대출은 3조1796억원이 증가했다. 신규주택 담보대출이 3조1796억원이나 늘어난 반면 전체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조1178억원에 그쳤으므로 기존주택 담보대출은 되레 2조618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다른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추이도 비슷한 양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존주택 거래 때 매입자는 대출을 신규로 발생시키지만 매도자는 집을 판 돈으로 기존 부채를 갚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최근 수년 새 집값이 내렸기 때문에 매입자가 금융비용을 조달하는 금액이 매도자의 부채보다도 적게 드는 반면 매도자는 집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기존 부채를 갚을 경우 전체적인 대출잔액은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DTI 규제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줄이는 게 목표라면 차라리 기존 주택대출에 대한 규제를 풀고 신규주택 담보대출만 규제하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택담보로 생계·사업자금 대출도 늘어

 

부동산 업계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자금의 용도도 금융당국의 판단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자금 중 대부분이 주택구입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내수경기가 안좋다 보니 경영난에 처한 자영업자의 경우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사업운용자금을 마련하는 경우도 많고 일반 개인도 자녀 교육 등의 급한 목돈이 필요할 경우 대출을 받는 생계형 대출도 크게 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3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소비특징과 정책과제' 설문조사 결과에도 반영됐다. 응답자의 33%가 올해 하반기 들어 가계부채가 이전보다 더 늘었다고 답했다. 이들 가구는 부채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전체의 44.4%가 '생활자금 충당'을 꼽았고 주택구입 비용이라는 응답은 22.2%에 그쳤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금리는 평균 연 4.85%로 신용대출 금리(최소 연 6% 이상)보다 낮기 때문에 주택담보 대출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이들 자금은 주택마련 용도보다는 주로 자녀 교육비나 생활비, 주식투자자금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DTI규제 장기화 땐 가계부실화 가속 우려

 

전문가들은 최근 DTI 규제가 부활되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시적 2주택자나 과도한 대출을 끼고 집을 샀던 유주택자들이 주택거래 침체로 집을 못 팔아 이자부담이 큰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우스푸어는 곧바로 가계부실화로 이어지고 나아가 소비위축을 초래하게 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의 경우 통상 부동산이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부동산이 침체되면 소비를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며 "건설경기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가 넘는 상황에서 주택시장 침체는 곧 경기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동산시장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결과에서 응답자의 41.3%가 '부동산경기 침체와 전·월세가격 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됐다'고 답했고 32.3%는 '지출을 줄였다'고 답한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DTI 규제가 가계대출을 줄이는 작용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이 큰 만큼 규제를 아예 풀든지, 아니면 보다 세분화해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kwkim@fnnews.com김관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