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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해독-담담당당]한일경제동맹론

Mr. Han 2008. 11. 25. 16:44

[암호해독-담담당당]한일경제동맹론

 

다들 죽어 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옷을 입히시오.

 

그리고 한 침대에

가지런히 잠을 재우시오.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오.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 소리 들려 올 게외다.

 

- 윤동주의 시(詩), <새벽이 올 때까지>

 

<시대전쟁 제34화> '한일 경제동맹론'의 거론, 진행의 소고(小考)

 

이 주제는 꾸준히 등장하지는 않았지요. 학술적으로는 이영훈 교수가 2005년 제시했다가 쑥 들어갔지요. 그리고 지금 국회의원이 된 그 부류의 사람 하나가 줄곧 이 문제를 여러 사람들과 의논하고 다닌 것이 2006년경부터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가능성에 대해서 신중한 토의도 하지요. 이것이 단순한 논의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어렴풋이 느끼는 사람들도 늘어납니다.

지금 한일경제동맹론이 단순한 '론' 수준이 아냐. 

 

세 가지의 상황을 살펴 볼까요.

 

첫째, 한일 간 경제의 지속적인 무역적자 구도입니다. 이것은 기술적인 종속부터 산업원자재의 수입, 그리고 기업 간의 협력구도가 증대하는 과정에서 아주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입니다. 쉽게 하루 이틀만에 개선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일본과 한국은 기업간 결합이 어느 때보다도 강화된 상태이고, 또한 그것이 한국의 무역적자 구도로 고착화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연간 약 200억불 상당은 항상 싫건 좋건 수지적자가 납니다.

가마우지 낚시라고 아나?

물고기 잘 잡는 가마우지란 새가 있는대, 그거 배고프게 만든담에 모가지 묶어놓고,

물속에 풀어 놓는다. 물론 발목엔 끈달아서,

그놈이 돌아다니며 물고기를 잡으면,

모가지에 묶은 끈 때문에 못 삼켜.

그럼 발목에 묶은 끈을 당겨서 배위로 끌어올린 담에,

물고기 빼내는거야.

지금 한국이 그 가마우지 신세고,

일본이 가마우지 낚시꾼 상황이야. 

 

둘째, 세계경제 위기 상황과 관련입니다. 일단 일본의 엔케리 자금이 사실상 2002~2007년까지 급속하게 한국으로 상륙해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경로의 자본들이 합법이나 다른 형식으로 국내에 들어온 상태지요. 이들이 부동산, 채권, 주식을 비롯하여 각종 파생상품까지도 개입하고, 나아가 일반 가계의 안방이랄 수 있는 사채시장에도 깊숙히 관여되어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 전체적인 실질 규모를 짐작하기도 쉽지 않지요. 가계와 자영업, 기업과 부동산, 그리고 금융상품 시장까지 들어와 있다면, 또 그 비율이 점차 늘어난 추세에 있다면, 이것은 쌍방간의 연대 국면이 이미 형성되었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엔케리가 깊쑥히 들어와서 안빌려주는 대가 없다.

그거 못갚으면 어찌 되겠나?

사채 업자가 돈 못갚기 기다리는 거랑 똑같지.

담보를 털어 먹을 수가 있잖아?

 

셋째, 원화와 엔화 스왑의 가능성입니다. 외화 유동성 부족 상황에서 원/엔의 스왑 확대가 이루어지고 실질적인 스왑이 이루어지는 경우입니다. 이건 미FRB와의 원/달러 스왑에서도 보았듯이 사용하게 되면 그것이 바로 부담으로 작용해 버립니다. 그러니까 사용이후 사용된 만큼의 자산가치를 보전하지 못할 경우, 국내의 총통화 수요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는 원화가 일단 상대방의 손에 잡히게 되고, 나아가 사용한 외화에 대한 부분도 조건에 따른 추가적인 부담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만일 IMF를 통해 자금 융통이 이루어진다면(IMF 자체가 연계상품의 형태로 일본의 자금을 받고 이를 한국으로 넘길 경우에서), 이건 사채적 관점에서 볼 수밖에는 없게 되는 것이죠.

일본놈 엔하고 스왑을 하면 어차피 빚이잖아?

그럼 일본놈 한태 코 꿰는거야.

성경말씀 하나할깨

"빚진자는 채주의 종이 되느니라."(잠언 또는 전도서)

-성경. 

 

간단하게 이 세 가지의 부분을 봅니다만, 이런 경제위기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언급된 한일경제동맹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던 사람들의 논리는 대체로 위의 첫번째 항목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미래경제의 안정성이 언급되었지만, 이제는 두번째와 세번째의 이유까지 덧붙여진 상황에 왔습니다.

 

이 상태에서 두 가지의 경제 프로젝트에 대한 본격적 거론이 개시됩니다. 하나는 제2롯데월드이고, 다른 하나는 한일해저터널입니다. 둘 다 규모에 있어서는 상당한 자금이 움직이는데...그 대부분은 일본발 자금이 된다고 봐야 합니다. 특히 해저터널의 경우 200~250조, 10~15년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으로 예상되고, 제2롯데월드의 경우도 상당 자금의 투입이 될 것으로 보이지요. 이 정도 수준의 자금을 공동으로 투입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자금의 이동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많은 부분에서 재정이 상대적으로 허약한 한국이 그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게 되지요. 더군다나 여기에 대운하까지 겹쳐 진다면 정말이지 국가재정과 일본 자금의 구분마저도 희미해질 상황까지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습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짚어 봅니다.)

롯대 빌딩하고 해저터널 하면 일본자금 또 들어온다.

 

상황이 이런 국면으로 옮겨 가면서 묘하게 한국이나 일본, 두 곳 모두에서 형성되는 정치적 기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우리끼리>라는 단어입니다. 이것은 흡사 북한이 그동안 이야기했던 <우리민족끼리>라는 단어에서 '민족'이 '한일'로 바뀌는 장면을 보는 듯 합니다. 즉, <우리한일끼리>라는 것이지요. 당연히 두 쪽 모두에서 '민족'이란 단어의 의미를 폄훼하는 모습이 동시에 드러납니다. 이 논리는 두 가지의 각도를 논리로 삼습니다.

'우리끼리'란 단어의 등장.

 

하나는 바로 "민족주의보다는 경제발전이 좋다"는 것이고, "선진화된 국가로부터(국가와 함께) 경제 정상화를 이루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친북'과 '친일'이 상대어가 될 수 없는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제기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정치적 개념어 보다는 경제적 단어가 훨씬 더 많이 사용되게 됩니다. 그동안 그나마 남북한이라는 변수가 민족문제의 관점이 존재했다면 이것이 <창조적 분단역사 극복>보다는 <경제적인 생존 우선을 위한 동맹 재정비>라는 형식으로 굳어감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러한 추세로의 변이 상황을 금년 한해 내내 보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친일과 친북을 대척점에 놓고, 친일을 해야 빨갱이가 아니다. 라는 구도로 몰고간다.

 

흡사 상황은 딱 꿰어진 구슬처럼 이리 저리 커다란 변동이 없이 어느 한 방향으로 갑니다. 물론 일본은 드러내놓고 이러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해저터널에서는 기업대표들이 움직이는 방식으로, 롯데월드는 롯데그룹이라는 일본에서 100% 등록된 법인으로, 포항 영일의 일본기술기업 전용공단도 여전히 유효한 테제로 남아 있고, 나아가 엔케리 회수문제와 원/엔 스왑 확대(확대 후 사용을 전제로 하는 것)의 옵션 등을 카드로 가지고 움직이는 상태인 것이지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일본은 한국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선택하지 않는다'는 애드벌룬도 움직이는 상태입니다.

 

관건은 한국 경제가 과연 오늘 정확하게 어떤 상태인가를 '아무도' 잘 모른다는 겁니다. 이들의 경제적 접근에 있어, 그것이 결합가능한 구도인가 아닌가를 점검하고...토의하면서...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시스템이 현재의 국가 운영 패턴에서는 전무한 상황이지요. 며느리도 몰라요 시어머니도 몰라요...하는 속담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중에서 단지 경제위기다, 아니다,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 문제없다, 지금 잘 대처하고 있다만 되풀이 되는 형국에서 이런 논의나 혹은 의도, 나아가 어떠한 진행방식 자체가 묻혀지고 있다는 겁니다. 단편적이 되지 종합되고 있지 않다고 봐야지요.

 

그래서인지 한일경제동맹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왠일인지 요즘은 오히려 그 말을 입에서 쑥 넣어 버립니다. 이상하지요. 지금 시점에서 '일본만이 우리가 믿을 곳이다'라고 해야될 사람들-과거의 성향이나 말들로 미루어보면-이 그런 말을 꺼내는 걸 주저한다? 정말 그런 상황이 다 해소되어서 그런 것일까요?

 

이 문제는 더욱 자세하게 한 번 다루겠습니다만, 일단 <한일경제동맹론>이라는 논의 자체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나온 것이지, 어제 오늘 나온 것은 아니라는 이 사실에 주목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과연 이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따로 따져볼 사안이 될 것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