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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해독-담담당당]산다는 건

Mr. Han 2008. 11. 25. 16:42

[암호해독-담담당당]산다는 건.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마치 머나먼 밤하늘의 저편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나한테 뽀뽀해 주겠니?"

그녀의 밝은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가 몸으로 내리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울타리를 두른 나뭇가지들이 약간 밖으로 불거져 나왔다. 은은한 향내를 풍기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한스의 이마를 스쳤다. 넓게 퍼진 하얀 눈꺼풀과 까만 속눈썹으로 덮인 그녀의 눈은 살며시 감긴 채 바로 한스의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수줍은 듯이 내민 한스의 입술이 그 소녀의 입에 닿았을 때, 강렬한 전율이 그의 몸을 휘감고 지나갔다. 이 순간, 그는 또다시 부르르 떨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하지만 그녀는 한스의 머리를 들이밀며 그의 입술을 놓아주지 않았다. 한스는 그녀의 입술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마치 한스의 생명을 삼켜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녀의 입이 자신의 입을 내리누르며 탐욕스럽게 빨아대는 것이었다. 한스는 나락에 빠져드는 듯한 나른한 느낌이 들었다. 낯선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그처럼 전율에 휩싸인 환희는 견디기 힘든 피곤과 고통으로 변해 있었다. 엠마가 그의 입술을 자유롭게 놓아 주었을 때, 한스는 비트적거리며 경련을 일으키는 듯한 손가락으로 울타리를 꼬옥 붙들었다.

"얘, 내일 저녁에 다시 와!"

엠마가 말했다. 그리고는 집 안으로 재빨리 들어가 버렸다.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중에서

 

<시대전쟁 제32화> 산다는 문제의 소재와 본성이 원하는 것

 

한승수 총리가 오늘 이야기 했군요. 버냉키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막아야 할 디플레다' 고 하며 실물경기 침체가 전세계적임을 자꾸 강조하는군요. 조원동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이 4/4분기 무역수지가 40억불 흑자가 날 거라고 했는데...그 기사의 댓글에 이런 게 있군요.

디플레(자산가치하락)가 대세다.

 

"결국 외생변수에 의해 흑자가 난 거지. 실질적으로 해외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일어난 흑자가 아니므로 매우 일시적인 흑자에 불과하다. 흑자는 곧 몇 분기내로 적자로 전환된다. 내년 중반까지 적자는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봅니다."(마이케미컬로망스 님)

 외생변수(환율)

헤르멘 헷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가 떠오릅니다. 플라이크 아저씨의 조카딸 엠마의 아주 약은 태도에 그리고 한스의 운명까지...마음의 안식을 발견하지 못한 한스의 선택이 별로 좋지가 못하군요. 정작 작자는 그걸 극복했으면서도 소설의 주인공은 죽음으로 몰고 가는군요.

 

아직 11월이 끝나지 않았지요. 11월에 들어서는 첫 날, 먼 곳에서 이런 글 한 편 쓴 적이 있습니다. 앞서 너무 긴 글, 딱딱한 포지셔닝이니 그냥 식구들 생각, 계절의 흐름 이런 것도 한 번 생각해보시지요.

 

"아침 햇살이 지는 낙엽처럼 여기왔다가 저기로 가는 시간,

가을이다.

어느 사이 나뭇잎은 모든 색깔들을 벗어두고

떨어진다.

곧 겨울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날에

가장 소중하고 안타까운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깊은 생각들을 던져, 저기 가을 저녁으로 가는 바람에

실어둔다.

다가올 밤에는 내 생각을 적어

구름에 있는 자그마한 입자에 담아

마누라와 새끼들에게 보내야 한다.

살아있는 날은 이 얼마나 가슴저리고

살아가는 날은 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에 대해

말해주어야지.

그리고

가슴 속에 차마 말하지 못한

내가 간직했던 오랜동안의 이야기를 털고

새로움을 채우고

새로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적어두어야겠지.

그대에게,

말을 건네는 한 마디가 그토록 소중했던 나날이었고,

앞으로도 어딘가에 멈출 계절처럼

경계없이 변해버린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바람의 말을

내가 전해주어야겠지.

오늘 이 시간,

당신을 보고 싶고,

너희를 보고 싶고,

모든 사람들에게 해야하는 말을 적고 싶고,

그러니 이제 말보다는

그저 멀리 저기 저 하늘 당이 맞닿아 있는 곳,

그곳으로 눈을 돌려야겠지.

사랑아!

너의 이름 앞에서는

결코 즐거움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족하지 않는

따스함,

그 은근하게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런 날들의 그리움이 있다는 것을,

이제사 말한다.

가을이다.

햇살은 저기 사선을 그으며

저기 멀리로 다시 잠행의 길을 간다.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산다는 것의 진실,

그 메마르고 차분하며, 나를 뜨겁게 하는,

살아가는 날의 내 자그마한 욕망,

참되고 올바르고 좋기만 한 것,

그 이야기,

그대에게 듬뿍 담아 보내고 싶다.

오늘따라

그대들이 무척 보고 싶어,

가을을 본다.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