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溫故知新)하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정도로 해석되는 말이다.
조상들께서 하신 말씀 틀린 것 하나 없다지만 온고지신이란 이 말 만큼은 요즈음 부동산시장에서 더없이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2008년 하반기는 참여정부 시절에 발표, 시행됐던 각종 부동산규제들이 완화된 시기였다.
참여정부 시절 시행된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들은 2008년에 들어서면서 집값을 낮추는데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건설경기 침체라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물론 국내외 경기의 전반적인 침체도 원인이지만 규제일변이었던 정책은 결국 시장 상황을 다른 방향으로 어렵게 끌고 갔다.
지금까지 정부의 對 부동산 정책은 ‘규제 → 완화 → 폐지 → 규제’ 등으로 순환 돼 왔다.
따라서 이렇게 되풀이 되는 부동산 정책을 잘 이해해 두면 앞으로 어떠한 정책이 나온다고 해도 휘둘림 없이 내집마련 전략이나 부동산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본 리포트에서는 지난 30여년간의 청약관련 제도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2009년 이후의 청약 시장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 청약관련 제도의 변천
아마 길가는 사람 10명 붙잡고 물어봤을 때 3명 이상은 집에 청약통장 하나쯤은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 무슨 통장이냐고 물어보면 청약저축인지 또는 청약예금인지 아니면 청약부금인지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가입부터 사용방법까지 구체적인 안내도 없고, 가입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식이다 보니 자신의 자산 가운데 하나인 청약통장이 이렇게 홀대(?)받고 있는 것이다.
1. 1970년대
청약제도의 시작은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공부문아파트 분양방법이 발표(4월)되면서 무주택자들에게 ‘국민주택청약부금’을 가입시켜 이들 가운데 일정 자격(한달 6회 이상 납입, 50만원 이상 된 자가 1순위)을 갖춘 이들을 추첨제로 선정했다.

2. 1980년대
1980년대 들어 주택청약시장은 투기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1982년 정부의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책 등이 시행됐고 1982년 6월과 8월 분양된 과천, 개포주공아파트 분양 등으로 청약시장이 과열되기 시작했다.
이때 공공부문 아파트들의 경우 전매가 일정 기간 제한됐었으나 대부분의 분양아파트들은 불법전매를 통해 계약자와 입주자가 달랐다.
결국 1983년 1월에는 청약 1순위 자격을 가입 후 9개월 이상으로 강화했고 입주할 때는 당첨자, 계약자, 최초입주자가 동일한지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1978년에 도입됐던 ‘0’순위자들의 청약통장은 통장가격의 수배에 달하는 가격에 거래됐고 결국 1983년 들어 ‘0’순위는 폐지됐다.

1989년은 현재처럼 지역별 청약예치금을 차등화했고 재당첨제한을 도입해 기존당첨자는 1순위에서 제외시켰다.
결국 1980년대는 청약제도에서는 청약통장의 구분(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과 재당첨금지 등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3. 1990년대
1990년대는 ‘외환위기(IMF)’로 대대적인 부동산규제 완화가 있었던 시기다.
1990년에는 전용면적 85㎡이하 공급물량 중 50% 이상을 만 35세 이상 5년 이상 무주택자에게 우선공급 했고 1가구 2주택자는 1순위에서 제외시켰다.
1991년에는 20배수 청약우선제를 도입했는데 이는 일정기준일 이전에 청약통장을 가입한 사람들을 청약예금 가입순으로 주택공급가구수의 20배수 이내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만 당첨기회를 주는 것이다. 장기예치자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목적이었다.
1995년 20배수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는 1996년 2월 동시분양제도를 실시하게된다.

1990년대 후반기 들어 ‘외환위기(IMF)’가 터지자 정부는 대대적인 부동산경기부양책을 내놓기 시작한다.
수도권 분양아파트의 분양가자율화, 1순위 자격 완화, 재당첨 완화, 분양권전매 허용 등이다.
사실 1990년대 후반기의 규제완화는 외환위기 타개를 위한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반대로 그러한 규제 완화가 있었기에 그나마 외환위기의 극복이 빨랐다는 견해도 무시할 수 없다.
4. 2000년대
2000년의 청약관련제도는 초반에는 청약통장 가입자격을 만 20세이상 성인으로 확대(2000년 3월), 공공아파트의 재당첨 제한을 폐지(2000년 3월), 2순위 기간을 6개월로 단축(2000년 5월) 하는 등 90년대 후반 쏟아냈던 규제완화 기조가 이어지는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2002년 들어서면서 청약관련 제도는 점차 채찍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규제의 강도가 세지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1가구 2주택자의 청약 1순위 제한과 투기과열지구가 부활했다.
투기과열지구의 부활로 재당첨이 제한됐고 허용됐던 분양권 전매가 제한에서 금지로 강화됐다.
물론 규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 시행, 무주택우선공급 비율 확대, 청약가점제를 통한 장기무주택자 및 세대주, 노부모부양 및 다자녀가구 등의 청약 기회도 확대됐다.
이러한 참여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알다시피 집값은 급등했고, 청약시장 또한 과열양상이 쉽게 식지 않았다. 결국 모든 부담은 MB정부로 이어졌다.
MB정부 초기 서울 강남권과 버블세븐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집값하락세가 미국발 금융위기로인해 서울, 수도권 전 지역으로까지 확대 됐다.
이에 따라 침체된 국내 경기와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MB정부는 참여정부부터 시행됐던 각종 규제를 완화하기에 이른다.
이는 98년 외환위기 이후 즉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경기활성화를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가 완화됐던 것과 거의 비슷한 모습이다.
◆ 2009년 이후 요구되는 자세
단언하건데 부동산 규제는 더욱 완화될 수밖에 없다.
과연 완화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그 답은 앞서 시대별로 소개했던 각종 규제정책, 완화정책에 모두 들어 있다.
청약관련 정책은 규제 → 완화(부분완화, 폐지 등) → 규제 → 완화 등이 반복된다.
이는 하강기 → 침체기 → 회복기 → 호황기로 움직이는 부동산 사이클과 같이 반복되며 주기는 부동산 사이클 보다 훨씬 짧다.
최근 분양시장이 매우 좋지 못한 상황이고 청약통장이 없이도 미분양을 매입할 수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청약통장은 불필요한가? 그건 절대 아니다.
앞서 소개한 청약관련 제도들을 보라. 어느 곳에도 청약통장 없이 분양을 받게 한다는 내용은 없다.
경기 때문이든 해당 아파트의 근본적인 문제 때문이든 미분양을 계약할 수 있다고 해도 청약통장없이 아파트를 분양받게 하지는 않았다.
즉 청약통장은 신축 아파트를 보유하는 이들이 갖춰야할 가장 필수요건인 셈이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지는데 통장이 꼭 필요한 것인가 반문한다면 분양권을 전매를 통해 매입할 때 발생하는 중개수수료, 프리미엄 등은 거저 생기는 돈인가?
향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나 공공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은 시간상의 문제일 뿐 폐지 될 가능성이 높다.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워지면 청약통장의 가치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끝으로 2009년 이후 요구되는 자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약통장은 반드시 사수하라(없으면 만들어라).
둘째, 관심 분양예정 지역을 머릿속에 새겨둬라.
셋째, 자신의 통장으로 청약 가능한 물량이 포함되는지 파악하라.
넷째, 신규 분양이 내집마련을 위한 것인지 분양권 전매를 통한 목돈 마련용인지 목적을 분명히 하라.
긴 글 읽느라 눈도 아프고 지루했을지 모르겠지만 청약관련 정책의 추이를 머릿속에 한번 이상은 그려보기 바란다. 그렇다면 2009년은 내집마련이든 부동산투자든 ‘기회의 해’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