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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현상.....일본의 또 다른 저주

Mr. Han 2008. 11. 24. 16:37

엔고현상.....일본의 또 다른 저주.....

 

 

 '니뽄징여러분~지금 외국여행이 아주 저렴해졌어요~오라이~오라이~'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나라와 경제구조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위주의 경제체질이라 당장 기업들의 수출에 지장을 겪게 되면 우리나라 경제는 독감에 걸려 시름시름 아파 할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심합니다. 반면 일본은 수출보단 내수시장(일본국민이 일본안에서 일본돈을 쓰는 모든시장)의 비중이 훨신 큰 나라입니다. 때문에 수출기업이 힘들다고 해도 일본국민이 느끼는 위기감은 우리나라 사람이 느끼는 위기감보다 훨씬 가벼운편에 속합니다.

 

일본의 고질적 고민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부동산거품 붕괴이후 나타난 내수시장의 극심한 침체입니다. 지금 이런 징조가 우리나라에서 조짐이 있고 이미 미국에선 홍역을 앓듯 벌어지고 있습니다만 일본에선 일찍이 겪은 일이지요. 솔직히 일본정부의 고민은 어떻하면 일본국민으로 하여금 돈을 쓰게 하느냐입니다. 한때는 수상이 TV에 나와 아예 대놓고 제발 돈 좀 쓰라고 할정도였으니 재미있죠?

 

1989년이후 일본인들에게 부동산거품의 붕괴의 여파는 정말 위력적이였습니다. 대출을 받아 사놓은 부동산의 시장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대출원금보다 집값이 훨씬 싸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지금 미국이 이러고 중국이 이를 바짝 뒤쫓고 한국은 조짐이 시작되었습니다.) 밑고 돈을 맞겨놓은 은행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일본인들은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이른바 지독한 저축으로 말이죠. 여기서 지독한 저축이란 벌어다 놓은 돈을 이젠 은행에도 맡기지 않고 집 어딘가에 둔다는 겁니다.

 

'저 일본돈 맞는데요....은행에서도 살지만 집에서도 많이 살아요...은행금고가 그리워요 ㅠㅠ'

 

 

돈을 집에다 둔다? 그 많은 돈을? 조금이라도 은행에 맡겨야 푼돈이라도 이자를 받지 않을까?  미쳤나...?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본정부와 중앙은행은 어떻해서든 일본의 내수경기를 풀어내려고 고민하던 차에 그 유명한 제로금리라 불리는 초저금리의 금융정책을 시작합니다. 돈을 예금하면 이자가 붙으나 마나인 꼴이 된것이죠. 게다가 한국에서 그 어려웠던 IMF시절, 일본도 경제침체덕에 굵직굵직한 대형은행이 줄도산을 하여 많은 일본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때문에 일본국민은 은행에도 돈을 안 맡기려는 극도의 셀프세이버(self saver)를 양산한겁니다.

 

제로금리.....그러니까 돈을 은행에서 꾸어와도 거의 꽁짜로 꾸어온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일본의 내수경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일본중앙은행도 금리를 올리면 그나마 유지되는 간당간당한 경기가 침체로 빠질까봐 건드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 지속됩니다.

 

그 결과 그 유명한 엔케리트레이드가 시작됩니다. 엔케리란 일본의 초저금리의 자금을 일본돈으로 꾸어와 일본보다 금리가 높은 타국에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좀 욕심을 내면 위험도가 높은 신흥국에 보수적이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투자를 했죠. 일본돈으로 말입니다. but~~아직까진 세계의 기축통화는 달러니 이 일본돈은 달러로 다시 환전되어 세계 곳곳으로 투자가 되었습니다. 

 

'야...일본돈....너 땜시 우리도 엮였어...책임져...'

 

미국에서도 일본한테 돈을 꾸고, 유럽도 꾸고 영국도 꾸고, 호주도 꾸고, 우니나라도 꾸고 하여튼 전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정부 민간 할 것 없이 거저 주듯 하는 일본돈을 대출받을 수 있었어요. 게다가 각 나라의 시중은행에서 내놓은 금리상품들은 그 상품이 아무리 짠돌이 보수적이라고 하더라도 안 받다 시피하는 일본의 금리보다는 높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때려죽여도 돈이 되는 구조지요. 

 

으흠.....이제 엔고현상을 풀어볼 양념이 다 되었네요^^. 이제 엔고현상에 대해 글을 풀어볼까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일본의 실질적 제로금리는 일본돈 엔화의 국제고아를 양산한 꼴이 되었습니다. 투자처를 찾지못해 둥둥 떠다니는 돈을 재펜머니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스물스물 세계 곳곳에 일본돈은 기축통화인 달라로 교환되어 스며들었습니다.

 

자...그런데 최근 어떻게 되었지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가공할 위력의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어떻게 넘어갈 것 같던 2007년의 미국경제가 2008년이 되어선 중환자가 되었으니까요. 미국에서 시작한 엄청난 규모의 금융손실은 이른바 도박장에서 본전을 챙기려는 도박사의 마음처럼 달라를 빨아들이기 시작해 전세계적인 달러기근이 시작됩니다.

 

결국 아이슬란드가 1호로 IMF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시작하여 파키스탄,벨로루시,우크라이나,헝가리등이 IMF 구제 후보국으로 강력히 떠오릅니다.

 

 

이러한 국제적인 금융불안은 드디어 엔케리트레이드의 마침표를 하나 찍기 시작합니다. 미국을 살리기 위한 원금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일본에서 꾸어온 돈도 갚기 시작한것이지요. 각 나라의 화폐가 안그래도 달러기근인 마당에 일단 달러로 환전되어 이것이 다시 일본돈 엔화로 환전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달러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일본의 엔화가 급작스레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일본엔화를 사기가 귀해지기 시작했죠. 무엇이든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 프리미엄이란것이 붙게 됩니다.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주어야 엔화를 살 수 있는 엔고현상이 시작한 겁니다.

 

결국 달러보다 비싼 엔화가 등장하게 된것이죠.

 

'아흑....안그래도 삼성.LG 따라가기 바쁜데.....난 단지 수출되고 싶고!! 팔리고 싶을 뿐이고!!'

 

이제 겨우 장기침체를 벗어나는가 했던 일본경제는 불과 2년도 못되어 다시 버블경제붕괴시의 시점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주식시장은 역대 최대낙폭으로 과거의 최저치에 근접하였고 다시 얼어붙는 내수시장에 엔고현상으로 그나마 선전하던 수출기업들마저 엔고현상의 환차손(100만달러를 1150만엔에 바꿀 수 있던것이 900만엔으로 떨어지는 현상으로 못 바꾼만큼 수출기업은 손실)으로 쇼크상태에 빠졌습니다.

 

결국 일본정부는 팔을 적극걷어붙이고 나와 이 엔고현상을 어떻해서든 낮추어 보려고 갖은 노력을 시도합니다. 가까운 대한민국에는 수출과 수입채산성을 맞추기 위한(한국에는 일본에 대한 수출이니 일본돈으로 결제받는 수출기업은 대박이네요..이를 일본이 가만 내비둘리 없지요.) 엔화지원을 계획하고(일본돈을 대한민국에 지원하면 일본돈이 많아지니 아무래도 엔화값이 좀 더 싸지겠죠? 엔화의 환율하락을 노리는 것으로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수출기업을 도와주는것이지요)  G7국 중앙은행에는 엔고현상의 예의주시를 당부하는 발표를 유도했습니다.(서방국가는 일본의 최대 수출국임과 동시에 투기자본이 농후한 나라들입니다.)

 

'저기.....내수침체님....요번 한번만...요번 한번만 일본경제 좀 살려줍쇼....'

 

그리고 10월 30일에는 사상 최대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그 중에 압권은 4인가족당 70만원 현금지급이네요.

 

일본국내경제의 갑작스런 침체조짐.....그나마 믿었던 수출기업의 엔고현상에 의한 영업이익 급감.....금융위기의 불안함.....증시의 대폭락.....얼어붙는 일본인의 소비심리.....말썽부리는 달러......부작용을 알고도 어쩔 수 없는 제로금리로의 귀향고민.....

 

일본도 참 머리가 아픈 나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