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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늘 제 꾀에 속는다

Mr. Han 2010. 10. 6. 12:41

-매도인과 매수인은 따로 가고 있다-


요즘 배추는 한포기에 1만5000원, 무는 한 개에 8000원이라지요? 과일, 생선, 조개류, 마늘, 포도, 시금치 등 밥상물가나 식생활에 필요한 물가가 자고 나면 오른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한때의 작황부진인 것을 어쩌겠습니까? 당분간 상추에 삼겹살 쌈을 할 게 아니고, 삼겹살에 상추쌈을 할 수밖에요.


정부에서는 추석 전부터 물가도 안정시키고, 중소기업이나 서민들 위주로 정책을 펼침과 동시 중산층을 두텁게 보호한다고 했었지요? 그런데 따뜻하기는커녕 찬바람에 독감만 더해가고 있으니 보통 걱정이 아니로군요. 마치 홀아비 옆구리 시리듯 삶이 썰렁해지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벌써 2-3년째 유행되는 말이 있습니다. “살기가 어렵다고~” 하기야 살기 좋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긴 합니다마는 계속 살기가 어렵다고만 하니 도대체 살기 좋은 세상은 언제나 오게 될까요?

 

체감물가가 올라가면 기대인플레이션도 높아진다고 하던가요? 이럴 땐 물가안정이 시급한 과제라고 봐야 하겠지요. 하지만 부동산 매매시장만은 예외가 되겠군요. 정부에서는 하향안정세라 하니까요. 반대로 전세시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있으니 이 또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한마디로 거래는 두절, 전세는 상승이라고 해야 할 터, 그렇다면 앞으로 부동산거래는 어찌될까요? 시세가 완만하게 올라갈까요? 더 내려갈까요? 모두들 자기 형편에 맞도록 예측하시겠지요? 매도자들과 매수자들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요즘 질문 내용들은 다 그렇더군요. 더 내려가느냐? 아니면 언제 오르느냐?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이 431조 원에 이른다고 하는데 왜 서민들 눈에는 보이지 않을까요? 경기가 회복되고 고용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하는데 왜 남의 집 잔치처럼 생각될까요? 내년도 친 서민정책에 따른 예산이 86조 원이라 하니 또 기다려 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 같군요.


다음 달이면 좀 풀리겠지, 내년이면 좋아지겠지, 하면서 참고 기다리다 보낸 세월이 그 얼마일까요? 사람 일평생 3만6천5백일(100년)도 살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너나없이 우리들은 세월에 속고 사는 모양입니다.


-더 내리기를 기다릴 것인가?-


늘 제 꾀에 속고 사는 게 부동산시장이라고 해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겁니다. 늘 오를 것도 같고, 내릴 것도 같기 때문이지요. 지금도 그렇더군요. 어찌 보면 회복세를 보일 것도 같고, 또 어찌 보면 더 끌려갈 것도 같고~ 그러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매매를 주저하게 되고, 또 미루게 되고,


부동산시장은 무엇보다도 심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젠 익히 경험하셨을 겁니다. 심리가 멈출 때에는 값이 다 내려간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내려갈 것이라고 스스로 믿게 되는 게 사람 욕심이거든요. 그러나 그런 믿음이 현실로 돌아오기는 어렵다는 말씀을 아니 드릴 수가 없네요.


2-3년 전 야채 풍년이 들었을 때 운송비를 건지지 못해 채소밭을 갈아엎었던 사실을 기억하시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학교 급식에서 깍두기나 김치를 아예 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 않던가요? 무나 배추팔자(八字)도 시간문제로군요. 요즘 배추 한 포기 값은 그 당시 100포기 값이 돼 버렸으니까요.


한때의 공급과잉과 경제악화로 주택시장이 마치 배추밭을 갈아 업듯 초토화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형편상 감당할 처지에 이르렀다면 더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별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닐는지요? 오르막길은 내리막길이 끝나기 전에 시작되는 게 바로 부동산이니까요. 


무작정 값은 더 내려야 한다, 거품이 더 빠져야 한다, 라고 외치면 값이 내려가던가요? 어차피 사지 못할 부동산이기 때문에 “홧김에 서방질 한다”는 분풀이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요? “호박에 말뚝 박는” 놀부 심사가 아닐는지?


제 아무리 난리를 쳐도 시간은 가게 돼 있고, 시간이 가면 또 다음 시간이 오지 않던가요? 세상은 늘 변한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뭇사람들은 그 시간이 오래토록 자기 곁에만 머무를 줄 알고 기회를 놓치더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머리를 믿는 자신의 꾀에 자신이 속고 산다는 이치가 어울릴 것도 같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매수심리는 금방 잠잠하다가도 큰 바다에 해일이 일어나듯 크게 움직이는 현상을 여러 번 보셨을 겁니다. 그래서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라는 소문이 있게 되면 이미 늦었다고 보게 되는 것이지요. 앞으로 값이 더 내려갈까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두고 볼 일입니다. 배추밭을 갈아엎고 나서 다시는 배추를 심지 않을는지,


-값이 오르기를 기다릴 것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2년 동안 못 먹고, 못 입고, 팔지도 못한 채 은행에 이자 바쳐온 유주택자들의 고충은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팔리기를 기다려 봤지만 나중엔 중개업소조차도 팔릴 가망이 없다는 식으로 고개를 저었을 테니까요.


부동산은 싸게 판다고 해서 꼭 팔린다는 보장도 없더군요. 짚신도 짝이 있듯이 임자가 따로 있더라는 것입니다. 짝이 어디 갔을까요? 값이 더 내리면 짝을 찾겠다는 수요층도 있고, 일부는 보금자리로 갔고, 아직 형편이 풀리지 않았다고 하면서 전세로 가버렸기 때문에 짝을 찾지 못했겠지요.


그렇다면 언제쯤 짝을 찾을 수 있을지 그게 문제로군요. 빨리 짝을 찾아야 손해도 줄이고 대출도 갚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진정 매도를 원하시거든 매물을 회수하지 마시라는 권고를 드립니다. 지난 8.29 부동산활성화대책이 있자마자 팔려고 내놨던 매물들을 회수해 버렸다면서요?


그 이유인즉, 양도소득세 감면기간 연장으로 급할 게 없기도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값이 너무 내려 손해를 보고 팔기는 억울하기 때문에 시세회복을 기다리겠다는 마음으로 그랬다지요? 아마,


부동산 재테크에서 실수하는 사람은 팔 때를 놓치는 사람들이고, 부동산과 아예 인연이 없는 사람들은 첫째, 의심도 많지만 둘째, 내리기만을 기다리다가 셋째, 끝내 돈 적게 드는 싸구려 사지 않던가요?


내림 폭이 작은 부동산은 지금이라도 파시는 게 옳다고 봅니다. 싸게 팔아야 사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이득을 볼 게 아닌가요? 앞으로 부동산시장이 더워지더라도 시세가 곧 바로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꼭 오를 것으로 믿고 혼자만의 장밋빛 기대만을 갖는 일도 제 꾀에 속는 일이 아닐는지요?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