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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보다 매서운 `역전세난 한파`

Mr. Han 2008. 12. 3. 18:20

칼바람보다 매서운 `역전세난 한파`

이데일리 | 기사입력 2008.12.03 13:59


[이데일리 김자영 박성호기자] "주식, 펀드로 돈 날리고 대출은 막혀 돈 구할 곳이 없는 집주인들이나 싼 전셋집 찾아 계약까지 마치고 잔금을 주지 못해 발을 구르는 세입자나 모두 곤란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일 오후 역전세난의 몸살을 앓고 있는 송파구 잠실일대 중개업소를 찾았다. 30개 이상의 중개업소가 있는 잠실5단지아파트 단지내상가에는 집을 구하러 온 손님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 세입자 어디서 구하나

중개업소 관계자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 도중 전화가 걸려왔다. 2년 전 잠실5단지아파트 115㎡(35평)를 2억2000만원에 임대한 집주인 이모(44세, 여)씨. 전세 구하러 온 손님이 있는지 물어보는 전화였다.

요즘 이씨는 좌불안석이다. 전세계약 만료일이 20여일 남았지만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것. 화장실 및 발코니 확장, 거실 동파이프 설치까지 모두 수리를 해놓은 이씨의 집은 단지내에서 최상급으로 평가받지만 지금은 1억6000만원까지 전세가격이 떨어졌다. 이미 거래가 2번 무산된 상태다.

같은 단지 112㎡ 아파트를 소유한 장모(50세, 남)씨는 지난 달말 어렵게 세입자와 재계약했다. 세입자가 재계약을 원하지 않았지만 겨우 합의를 했다고 한다. 장모씨는 2년 전 1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했지만 최근 재계약할 때는 오히려 4000만원을 세입자에게 내줬다.

잠실 J공인 관계자는 "집을 가진 집주인들이 요즘 세입자들에게 통사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셋값을 받아서 늘려보겠다고 주식, 펀드 등에 투자한 집주인들이 최근 손실이 커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 뿐만 아니다. 분당 이매동 선경아파트 105㎡에 세를 들어 살고 있는 박모씨(40, 남). 직장이 강남 인근인 박씨는 최근 강남 전셋값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이사를 결정했다. 현재 분당의 전셋값으로 강남권에 있는 신규입주 아파트 전세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집주인에게는 3개월 전부터 집을 빼겠다고 했지만 박씨는 최근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 집주인 어떻게 해야하나


일부 2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집주인들은 전세보증금을 내주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서 집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급매로 집을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잠실주공5단지에 살고 있는 이모씨도 집을 내놓은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집을 보러오겠다고 연락을 받은 것은 한 번도 없다.

대출을 받고 싶어도 최근 들어 부쩍 높아진 대출 문턱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집주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전셋값을 대폭 낮춰서라도 현재 세입자와 재계약을 하는 것밖에 없다. 낡은 아파트의 경우 집수리나 내부 리모델링을 통해 최대한 다른 집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나마 이런 집들이 전세 매물 중에서 가장 먼저 계약되기 때문이다.

1년 이하의 단기 계약을 통해 향후 변화될 수 있는 시장 변화에 대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긴 하지만 세입자들이 단기 계약은 바라지 않아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입자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일부 세입자들은 임대보증금 반환에 관한 소송도 불사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다.

김규정 부동산114차장은 "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역전세난이 단기간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계약 만료기간이 1년 정도 남았다 하더라도 평소부터 세입자와의 대화를 통해 재계약 등 원만한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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