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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해독-담담당당]토끼몰러 나간다. 토끼 후리러나간다

Mr. Han 2008. 11. 25. 16:35

 [암호해독-담담당당]토끼몰러 나간다. 토끼 후리러나간다 

 

"고른판 위에서 하나의 몸체는 오직 경도와 위도에 의해서만 규정된다. 말하자면 특정한 운동과 정지, 빠름과 느림의 관계 아래에서 몸체에 속하는 물질적 요소들의 집합(경도)과 특정한 권력, 또는 역량의 정도 아래에서 몸체가 행할 수 있는 강렬한 변용태들의 집합(위도)에 의해, 오직 변용태들과 국지적 운동들, 그리고 미분적 속도들만 있을 뿐. 몸체의 이런 두 차원을 뽑아내고 자연의 판을 순수한 위도와 경도로 규정한 것은 바로 스피노자였다. 경도와 위도는 지도 제작의 두 요소인 것이다."

 

-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쳔 개의 고원> 중에서

 

<시대전쟁 제26화> '토끼'에 대한 짤막한 풍경 하나; 몰거나 몰이 되거나

 

'토끼.'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토끼'는 한 마리인데도 두 마리입니다.

두 마리인데 한 마리이기도 하지요.

아니 여러 마리로 갑자기 늘어나는 수도 있습니다.

 

암호 해독을 하지 말고,

지난 10월 30일 쓴 토끼 이야기 하나 그대로 옮겨 적으며,

오늘 기분을 보태 봅니다.

 

그냥 오늘은 '토끼'라는 짐승 한 마리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그 놈은 토낏과라는 아주 자기 영역의 과(科)를 가지고 잇는 놈이지요.

그래서 다양한 종(種)이 있습니다.

귀는 깁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듣기 시작하면 제법 잘 듣습니다.

그런데 가끔씩은 수리부엉이의 재물이 됩니다.

하늘은 고갤 잘 안치켜드니 잘 못보지요.

뒷다리가 길고 앞다리가 짧습니다.

발달의 정도 차이인데, 이것이 종의 특징으로 굳었습니다.

오르막은 기가 막히게 올라가는데

내리막에서는 잼병입니다.

그래서 몰이를 당하면 내리막에서 케이오우 패 당하기 일쑤지요.

 

꼬리가 짧지요.

토끼똥이라고 찔끔거리면서 싸대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식성이어서 다른 짐승을 공격할 줄은 모르지만

애정은 돈독해서 번식력은 기가 막힙니다.

아주 강하지요.

그런데 품위 유지는 참 쉽지 않은 짐승입니다.

그러다 보니 속담에서 토끼는

"토끼가 제 방귀에 놀란다"는 촐싹댐의 표현이 있는가 하면,

"토끼 북한산에 다녀온 셈"처럼 지나가도 아무 것도 못본 비유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냥을 당할 때면 몰이를 주로 당하는데

가끔씩은 가만히 있다가 당하기도 하고,

토끼 사냥이란 것은 계절에 따라 약간 방법이 다르기도 한데,

대부분은 '몰이'를 위주로 당하는 것은

그 놈의 신체적인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생식습관 때문이기도 합니다.

회색과 흰색의 토끼가 주로 있고

'노란 토끼'는 잘 보기가 어렵지요.

'황금 토끼'는 달나라에 있다고는 하고,

때로 절구질도 잘한다고는 하는 데

나는 본 적이 없습니다.

 

사냥개들은 주로 토끼 사냥에서는 아주 용맹하게

자기가 먼저 나가 선제공격을 합니다.

몰이만 훈련된 개들은 절대 토끼를 자기가 잡지는 않고

사냥꾼이 총이건 활을 쏠 수 있도록 포지션을 잘 가져 갑니다.

때로 손으로 잡는 것도 즐기는 사냥꾼들도 있는데

이들의 개들은 특징이 절대 자기가 물어서 가져오지 않고

주인이 잘 잡도록 일정한 위치를 스스로 정해 나갑니다.

 

토끼는 약한 동물입니다.

사냥개는 토끼에게는 아주 무섭지요.

그러나 사냥꾼은 더 무서운 존재입니다.

피하기 위해서는 사냥개건 사냥꾼이건 그들의 생각을 읽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사냥터에서 살아남은 토끼는

아주 빠르게 번식을 해서 다음 사냥에 대비를 합니다.

어쩌다가 집토끼는

때가 되면 밥상에 오르기도 하지요.

누가 토끼에게 이름을 붙였는데

그게 하필이면 종자에는 없는 노란토끼를 말했군요.

염색을 시켰거나 아니면 염색체가 그런 특징을 가졌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노란 토끼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것보다

토끼라는 관점이 더 강하게 포인팅 된 듯 보인다는 겁니다.

 

사냥시즌인가요?

아! 겨울이 가깝군요.

눈 덮힌 곳에서 토끼는 더 잘 뛰질 못하지요.

강원도가 토끼 사냥을 많이 하나요?

나는 원래 동물 살생을 즐겨는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사냥개나 사냥꾼이라면 또 몰라도...

 

* 11월 18일 분단역사에서 열렸던 지난 10년의 금강산은 10주년이라는

이른바 '꺾어지는 기념일'을 기해 완전히 작단이 나버렸습니다.

오늘...이 정부와는 대화가 없다는 발표를 보면서...지난 십 년을 떠올립니다.

형세에 안일하게 대응하는 사이, 어쩐 일인지 사회 내부의 갈등만 증폭되고,

또 어떻게 된 것인지...겨울이 오는 지금...너무 험하고 추운 날들을 예고하는

싸인만이 번뜩입니다.

 

* 어느 해, 강원도 깊은 산골로 놀러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십 수년 전의 일입니다. 눈이 많이 내려서 길을 못찾고 헤맬 때,

녀석의 모습을 본 적이 있지요. 그 놈 따라 갔다가는 길을 더 잃을 것 같아

다시 산 아래로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한 마리가 아니고

여러 마리더군요. 나는 토끼 고기를 못먹습니다.

 

 

토끼는 몰아야 제맛

암호는 풀어야 제맛

사냥개는 몰기만 하고, 잡는 건 주인만 잡고,

주인은 일본놈이고, 사냥개는 한국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