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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집 안팔리는데 어쩌나…" 술렁 - 금리인상 이후 부동산시장 현장점검

Mr. Han 2010. 7. 12. 09:29
"가뜩이나 집 안팔리는데 어쩌나…" 술렁 - 금리인상 이후 부동산시장 현장점검

경기권 신도시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거래 침체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 한 중개업소 앞에 \"급매물\" 전단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김호영 기자>
"아무리 금리 올린다 올린다 했어도 너무 이른 거 아닙니까. 가뜩이나 집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뚝 끊겼는데…."(안양시 평촌동 A중개업소 관계자)

9일 한국은행이 1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첫 주말. 부동산 시장에서는 일부 집주인이 매수세가 줄어들 것을 예상해 급매물을 내놓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였다. 투자 수요가 많은 잠실 개포 등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는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가량 낮은 매물이 나왔다. 경기권 신도시에서도 금리 인상을 '타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이미 매수 수요가 끊겨 안 팔리는 집이 쌓였는데 금리가 오르면 매수자가 더 줄어든다"고 염려했다.

◆ 경기권 "거래 침체에 금리인상 이중고…급매물 나올 듯"

= 경기도 안양 고양 파주 용인 등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2006년 이후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이 많아 급매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양시 평촌동 B공인 관계자는 "이사를 가려고 산본에 집을 사고 현재 거주하는 평촌 집을 올해 초부터 내놓은 사람이 있는데 4개월째 집을 보러 온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두 집 합쳐 대출이 2억원쯤 되는데 매수세가 위축되면 아무래도 팔기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기권에서는 대표 단지 아파트에서도 거래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어 금리 인상 충격을 더 크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안양시 평촌동에 위치한 인덕원 대림2차 아파트(862가구)는 지난해 1~7월에는 매달 14~19건씩 아파트가 거래됐지만 올해 1~3월에는 절반 이하인 5~8건으로 줄었고, 4월과 5월에는 2건만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들이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급매물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도 분당시 이매동 G공인 관계자는 "금리가 올랐던 2008년 말에도 못 팔고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단지에 3~4명 정도 있다"면서 "2006년 집값이 한창 오를 때 대출을 떠안고 산 사람이 많아 시간이 지나면 가격을 대폭 내린 급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D공인 관계자는 "당장 가격을 낮추지야 않겠지만 지금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 중 80%는 살 사람만 있다면 바로 가격을 조정하겠다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택지지구 입주가 임박한 경기 북부권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고도 기존 집을 처분하지 못한 사람이 많아 급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 파주시 운정지구 S공인 관계자는 "잔금을 유예한 사람들은 사정이 낫지만 기존 집이 안 팔려 새 아파트 분양가의 40~60%를 대출을 받고 입주한 사람들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기존 아파트에서도 매수세가 좀 더 위축될 수 있다며 다소 염려했다.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인근 C공인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거래가 줄고 있어 금리를 이렇게 빨리 올릴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자가 시큰둥한데 이제 더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했다.

◆ 강남 재건축 급매물 출현

=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을 추가 금리 조정 신호탄으로 해석한 일부 집주인이 급매물을 내놨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안전진단 통과 후 1억원가량 올랐던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섰다. 일부 중개업소에서 대기 매수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집주인들은 "금리가 오른다는데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관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는 시세보다 크게 낮은 초급매물이 출현하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인 수요층이 매수를 주저해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강동구 고덕2단지 가람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된 이후에는 대출을 많이 받고 산 사람이 적다"면서도 "발표가 나기 전에도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지만 이번에 금리가 올라 한동안 거래가 주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주공1단지 부일공인 이유현 대표는 "평균 매물가격보다 1000만~2000만원가량 낮은 매물이 주로 거래되지만 초급매물은 아직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채무압박을 받을 사람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일대는 아직 관망하는 분위기다. 둔촌 주공1단지 인근 투데이공인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등 호재를 앞두고 있어 다른 재건축 단지보다는 매수세가 꾸준한 편"이라며 "금리 상승 여파는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