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야기/유용한 정보

위약금과 위약벌

Mr. Han 2013. 6. 8. 16:35

해약금과 위약금을 구별해야 하는 이유

해약과 위약은 누구나 구별한다. 해약(解約)은 글자 그대로 계약을 풀어버리고(解)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이고, 위약(違約)은 계약조건을 어기는(違)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거래 현장에서 해약금(解約金)과 위약금(違約金)을 쉽게 혼동하고 만다. 해약을 하나 위약을 하나 어차피 계약금을 손해 보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해약은 바로 계약금 손해와 연결되지만, 위약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법규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그리고 위약금과 위약벌이 어떻게 다르고 왜 구별해야 하는지도 차례로 알아보자.

위약금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①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먼저 위약금에 관한 민법의 조항을 보자.

위약금이란 "채무 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 이다. 당사자는 실제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하여 위약금을 미리 정해 놓을 수 있다. 이 조항을 보면 바로 다음 질문이 나오게 된다. 계약 시에는 보통 계약금만 정하지 않는가? 그럼 계약금을 자동적으로 위약금으로 보게 되는가? 사례를 보면서 답을 찾아보자.

중도금 지급을 못해도 반드시 계약금을 몰수당하는 것은 아니다.

매도인 A와 매수인 B는 상가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매매금액 4억 원, 계약금 4000만 원, 중도금 1억 5000만 원, 잔금을 2억 1000만 원으로 각각 정하였다. 그런데 B는 자금계획에 차질이 와서 정해진 중도금 날짜를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A는 일주일의 말미를 주면서 그 날까지 중도금을 못 내면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몰수하겠다고 B에게 통보하였다. 과연 B는 4000만 원을 몰수당해야 하는가?


이 경우 몰수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위약금을 해약금으로 혼동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굳이 구별해야 하는 이유를 보자.

계약서에 아무 말이 없어도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본다. (민법 제565조 제1항) 그러나 위약금으로는 보지 않는다. 계약서에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본다‘라는 특약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95다54693)

위약금 조항을 확인하세요

위의 사례에서 계약금 몰수 여부에 관한 답은 바로 계약서 안에 있다. 위약금 조항이 들어 있으면 A의 주장대로 몰수당한다. 반면에 위약금 조항이 없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A는 B에게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A가 손해액을 입증할 수 없다면 B는 A에게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계약을 위반하면 무조건 계약금 전액을 몰수당한다"는 상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중에서 사용되는 계약서에는, 인쇄된 문자로 대체로 다음과 같은 위약금에 관한 조항이 들어있다.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본 계약상의 내용에 대하여 불이행이 있을 경우 그 상대방은 불이행한 자에 대하여 서면으로 최고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계약 당사자는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다. 손해 배상에 대하여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

마지막 구절이 바로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위약금 조항이다. 만약 계약서에 이 조항이 인쇄되어 있지 않다면 특약조항란에 추가로 기재하면 된다. 이 조항이 없다면 위약을 당한 사람이 손해액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금액도 계약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위약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서 또한 실제 위약이 발생한 경우 간편한 배상처리 절차를 위해 위약금 조항은 반드시 필요하다.

위약금이 과다하면 법원에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연결된 질문으로 넘어가자. 계약서에 일단 위약금 조항이 있다면 반드시 계약금을 몰수당하는가? 예컨대 계약금을 10% 지급하든 20%를 지급하든 상관없이 전액 몰수당해야 하는가? 답을 얻기 위해 먼저 민법의 관련 조항을 보자.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②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 할 수 있다.

미리 정한 위약금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법원은 감액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란 어느 정도를 말하는가?

사람들은 계약금을 보통 거래 금액의 10%로 알고 있다. 관행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래서 위약금도 10% 정도라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위의 질문처럼 위약금이 20% 라고 하면 우선 많아 보이는 것이다. 민법의 규정에 따라 일부는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 점에 관해 판례의 태도는 일반인의 인식과는 좀 다르다. 위약금의 비율만 보고 예컨대, 10%면 적당하고 20%면 과다하다, 이렇게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위약금의 비율 외에도 계약 당사자의 입장, 계약의 목적이나 동기, 거래 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89다카10811) 구체적 사례를 통해 이 기준들이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살펴보도록 하자.

위약금이 과다하면 감액을 요청할 수 있다.
<출처 - fotolia>

※ 33%의 위약금이 과다하지 않다고 본 사례

매도인 A와 B는 공장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매매대금은 2억 7000만 원, 계약금 2700만 원, 중도금 6300만 원, 잔금은 1억 8000만 원으로 하였다. 중도금을 지급한 상태에서 B는 A로부터 공장을 명도 받아 운영하면서, 만약 정해진 날짜에 잔금을 못 내면 이미 지급한 계약금과 중도금 즉 9000만 원을 포기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런데 B는 자신의 사정으로 잔금 지급을 못하게 되었다. 이제 B는 매매대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위약금 9000만 원을 전액 몰수당해야 하는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약금이 과다하지 않다고 보았다.(대법원 87다카2739,2740) 위약금이 매매대금의 33%에 해당하여 얼핏 과다해 보이지만, 매수인은 매매대금의 3분의1만 지급하고 공장과 그 시설 일체를 명도받은 점, 그에 따른 매도인의 공장 운영 수익의 손실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 10%로 정한 위약금이 과다하므로 5%로 감액한 사례

매도인 A와 B는 토지와 부속건물을 대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매매대금 4억 1000만 원, 계약금 4000만 원, 1차 중도금 1000만 원, 2차 및 3차 중도금 각각 1억 원, 잔금 1억 6000만 원으로 하였다. 1차 중도금 지급 이후 매수인 B는 매매대상 토지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약 해제 통지를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자가 아니고 관할구청의 정비계획안을 B가 잘못 이해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A는 위약금 조항에 따라 4000만 원을 전액 몰수했으나, B는 과다한 위약금이라며 감액을 요구하였다.

관행으로 본다면 10%의 위약금은 과다하다 볼 수 없지만 법원은 판단을 달리 했다. 위약금 4000만 원은 부당히 과다하므로 2000만 원, 즉 5%로 감액한 것이다.(대법원 87다카685) 이렇게 감액한 이유로서 매수인이 관할구청의 공문을 잘못 이해하여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점, 그 동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점 등을 들었다.

※ 거래 관행을 참작하여 10% 위약금을 인정한 사례

위에서 살펴본 두 가지 사례를 보면 법원은 거래 관행에 구애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다음 사례를 보자.

부동산 매매대금 9억 3500만 원, 계약금 9500만 원으로 계약하고 이를 매수인이 위약하였다. 위약금 약정에 따라 매도인은 매매대금의 약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9500만 원을 전액 몰수하였다. 그런데 매수인의 감액 청구에 따라 원심 판결에서는 6000만 원으로 감액하였다.

이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거래 관행으로 보아 약 10%는 과다하다고 볼 수 없으며 6000만 원으로 감액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89다카10811) 달리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거래 관행을 참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판례들을 보아도 위약금이 과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① 일단 10%를 위약금의 기준으로 보고
② 이보다 많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감액 청구할 수 있다.

위약벌

이제 위약금에 관한 또 하나의 개념인 위약벌(違約罰)을 알아보자. 먼저 민법의 관련 규정을 본다.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④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일반적으로 위약금에는 두 가지 성질이 있다고 본다. 그 하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고 다른 하나는 위약벌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위의 조항을 둠으로써,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위약벌로 본다고 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 위약금이라고 하면 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말한다. 위약벌은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하여 손해배상과는 상관없이 물리는 벌이다. 그러다 보니 위약벌은 일반적으로 위약금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 된다.

위약벌은 위약금과 달리 감액할 수 없다.

한편 위약벌을 위약금과 구별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약정된 위약금을 감액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위약금은 감액할 수 있지만 (민법제398조제2항) 위약벌은 감액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대법원 92다46905)

※ 매출신고 누락분의 10배를 위약벌로 인정한 사례

M 백화점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K 씨는 250만 원을 백화점 금전등록기에 누락시켰다는 이유로 누락 금액의 10배인 2500만 원을 판매 대금에서 공제당했다. K씨는 백화점의 지나친 부당이득은 사회질서에 위배되므로 법원에 감액을 청구하였다. 이에 백화점 측은 수수료위탁판매 매장계약의 벌칙금 약정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맞섰다.

대법원은 위 사건의 벌칙금을 위약금이 아닌 위약벌로 보았다. 그 이유로서 백화점으로서는 매장 임차인의 매출신고 누락을 파악하기 어렵고 임차인의 성실한 매출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 벌칙금 외에는 별로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벌칙금이 매출 누락금액의 10배에 해당한다고 해도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92다46905)

위약벌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계약서에 위약벌이라고 명시하면 감액을 피할 수 있는가? 현장에서 자주 하는 질문이다. 어떤 사정으로 계약금을 20~30% 정도 받으면서 나중에 감액 청구를 못하도록 아예 계약서에 위약벌이라고 못을 박아두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법의 해석은 ‘No‘ 에 가깝다.

위약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되는
‘이익‘과 부과되는 ‘벌‘의 균형이 필요하다
<출처 - fotolia>

관련 판례는 다음과 같다. 위약금이 위약벌로 인정받으려면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며(대법원 2000다35771), 침해되는 ‘이익‘에 비해 부과되는 ‘벌‘이 과다하다고 볼 수 없어야 한다.(대법원 92다46905)

결국 계약서에 위약벌이라는 명시적 표시보다 실제로 위약벌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감액을 면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인덕

이인덕

서울시청 임대차상담위원
서 울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시립대에서 도시행정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상담실에 접수되는 부동산 분쟁 사례를 통해 그 예방법을 찾는다. 잘못 알고 있는 거래 상식, 법과 어긋나는 거래 관행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사례들을 글로 쓰고 있다. 현장의 공인중개사들을 상대로 계약서 작성 실무 교육도 한다.
저서『나몰라 임대인 배째라 임차인』(부연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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