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야기/부동산기사

‘9·10 부동산대책’ 시장 혼란만 키웠다

Mr. Han 2012. 9. 15. 15:50

9ㆍ10 주택거래 활성화대책의 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수요층은 나름대로 투자 매력을 점치고 공급업체인 주택건설업체는 분양시장 활력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과 양도세 면제의 적용시점 및 미분양 적용 대상을 놓고 극심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발표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시장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되레 소량이나마 계약이 이뤄지던 미분양 아파트 판매가 올스톱된 상태다. 분양을 앞두고 있는 단지의 경우 분양일정조차 못잡고 있는 등 분양시장이 극도로 혼란해지고 있다.

입주 단지도 마찬가지다. 입주아파트의 잔금납부실적은 더욱 부진해지면서 정부를 원망하는 처지다. 이전 활성화 대책들이 공수표로 표류하듯이 발표만 됐을 뿐 당장 시행에 들어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의 불신이 팽배한데다 구매 잠재 수요층도 법 시행 이후 행동에 옮겨도 늦지 않다고 판단, 계약을 미루는 추세다.

▶DJ정부 양도세 면제 큰 효과, 시장 견인, 투자수익도=지난 1997년 급작스런 외환위기는 부동산시장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집값 하락 체감도가 30% 정도에 달한 데다 거래가 완전 동결, 쇼크상황에 빠진 것이다. 미분양은 8만가구 선으로 급증했고 기존 주택 매물은 홍수를 이뤘다. 고금리에 전세가 급락으로 역전세난이 빚어지자 투자자들은 원금마저 날리는 판국이 됐다.

토건 사업 및 건설업체에 비판적인 DJ정부가 들어서자 시장은 더욱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이미지는 일순간에 달라졌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판단, 긴급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바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미분양 아파트 소진대책이다. 시중자금을 끌어들여 주택시장을 정상화한다는 취지로 미분양 아파트 구입 시 5년간 양도세 면제 혜택을 준 것이다. 이는 곧 시장에 반영, 99년 들어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1년부터 집값이 상승바람을 타면서 투자자들의 이익이 커져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9ㆍ10 거래활성화대책이 발표되면서 취득세 감면 및 양도세 면제 혜택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김포 한강 신도시.                                                           박현구기자/phko@heraldcorp.com

이번 조치도 바닥 저점에서 이뤄진 데다 가격 상승에 따른 양도세 감면 효과가 커 잠재구매층에 입맛을 자극하게 충분하다. 더구나 과거 경험에 따른 학습 효과로 시중여유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빠르게 유입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국회입법 과정에서 지연되거나 표류할 경우 시장은 더욱 냉각될 소지가 없지 않다. 조기 입법화되어 적용된다 해도 3개월 한시적으로 시행, 견인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주택보급률이 높아지고 단독가구가 늘어나는 등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 역시 투자자들을 불러모으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취득세 50% 감면 방안 역시 지난해 3ㆍ22대책에서 경험했듯이 초기에는 거래가 늘어나 반짝효과가 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매매거래량이 월평균 8만2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2.6%가 늘어날 정도다. 하지만 적용기간이 끝나면 급격히 줄어드는 악영향이 초래되는 데다 지자체들의 반발이 커 국회 통과도 불투명하다. 법개정이 지연될 경우 시행기간이 2개월 남짓, 영향은 반감될 소지가 크다.

▶당분간 시장 혼란 가중, 계약, 잔금 미뤄 역효과도=분양 및 청약, 입주현장의 혼란이 극심하다. 적용대상 논란과 시점 역시 확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아파트의 경우 가을이사철에 접어들면서 다소 소화되는 추세였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아파트의 경우 전세난과 보증금 상승으로 아예 구매하는 수요층이 생겨난 것. 따라서 준공 후 미분양은 2만7000가구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 이후 계약이 뚝 끊겼다. 세제혜택 적용시점이 대책 발표일이 아닌 국회 상임위 통과 이후로 발표, 계약을 미루고 있다. 당첨자를 발표하고 계약에 들어간 모델하우스는 물밀 듯 상담이 많아 창구가 마비될 지경이다.

준공 후 미분양도 마찬가지다. 양도세 면제 및 취득세 감면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매력적이나 법 시행 이후에 가능, 판매가 올스톱 상태다. 먼저 매입한 계약자의 경우 날짜를 바꿔 달라고 아우성이다. 입주가 진행되는 아파트의 잔금 납부 지연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잔금 납부가 취득세 감면혜택의 기준이 되기 때문. 심지어 법 시행 이후 다시 계약하겠다며 해약문의까지 속출하고 있다.

분양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청약이나 계약이 진행 중인 아파트의 경우 수분양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는 게 유리한지, 아니면 미분양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아파트 순위권 청약에도 이상 기류가 흐른다. 청약예정자들이 순위권 청약을 기피, 미달 현상이 빚어질 공산도 있다. 이렇다 보니 당초 이달 분양예정이던 공급업체들이 분양일정을 잡지 못하는 등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따라서 세제 혜택 적용시점을 대책발표일인 9ㆍ10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법안 발의주체인 새누리당의 경우 소급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