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야기/부동산기사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어떻게 봐야 할까

Mr. Han 2012. 9. 28. 17:40

강병기 국민대 부동산학교수

 

12.19 대선을 100일도 안 남긴 지난 9월 16일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문재인의원이 선출되었고, 선거일부터 90일을 앞둔 9월 20일에는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였다.

 

이로서 그동안 추측만 무성하던 대선 후보 3인이 확정되었으며, 12.19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20일에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후 구체적인 공약 발표가 없었던 박근혜 후보가 9월 23일 일요일 오후에 처음으로 “박근혜의 ‘집 걱정 없는 세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총 4가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 “렌트 푸어 대책,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도입”과 “하우스푸어 대책, ‘지분매각제도’ 및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도입”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주거안정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이 중 렌트푸어 대책으로 발표된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에 대하여 살펴보자.

 

보도자료를 보면 이 제도는 전세가격 급등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당장 살 집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렌트푸어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은행이자 부담만으로 전세를 살 수 있는‘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도입하고, ‘집주인 세제지원’도 마련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제도에서의 지원대상은 연소득 5천만원 이하 소득자로서 수도권 3억원 이하(지방 2억원) 전세가 되며,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집주인(임대인)이 전세보증금 해당액을 본인의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하고, 동 대출금 이자는 세입자(임차인) 납부·부담토록 한다는 것이다. 즉 ①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② 집주인(임대인)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전세자금에 해당하는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③ 세입자는 대출받은 금액에 대한 이자를 매월 부담하는 것이다. 이때 세입자의 모럴헤저드를 방지하기 위해 세입자는 전체 이자액 중 일부액은 선납하고 나머지는 임대차 기간 동안 분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타 보도자료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개념도로서 다음의 <그림>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 그림의 내용을 추정해보면 세입자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보증보험에 가입하여야 하며, 공적기관에서는 이 제도 유지를 위한 각종 지원을 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림1>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개념도

 

또한 보도자료에서는 대출을 부담하는 집주인을 위한 세제지원 내용으로 집주인(임대인)에 대해서는 전세보증금의 이자상당액(4%)에 대해 과세를 면제하고1), 임차인의 경우에는 이자 납부액에 대해서 소득공제 혜택(40%)을 부여하는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제도의 활성화를 도모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는 최근 전세금이 급등하는 시점에서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연간 5만 가구에 5조원 대출지원(전세보증금 1억원 기준)함으로써 목돈 없이 월 은행이자 부담만으로 전세주택 마련이 가능한 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부동산정책론을 강의하는 학자로서 짧은 시간 동안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의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첫 번째는 만약 세입자(임차인)가 이자를 정상적으로 상환하지 않을 경우 금융기관은 담보 주택을 경매하여 원리금을 회수하게 되는데, 과연 집주인(임대인)이 이런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이 제도를 이용하겠는가 하는 문제이다.물론 이러한 부담에 대한 인센티브로 전세보증금의 이자상당액(4%)을 감면해준다고 하지만, 이와 같은 인센티브가 해당 주택이 경매될 위험과 경매가 되었을 때 주택가격이 정상가격보다 크게 하락하여 집주인이 손해를 봐야 하는 위험, 세입자가 납부하지 않은 이자와 경매 기간 동안의 이자를 집주인이 대신 납부해야 하는 3가지 위험을 모두 상쇄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지 판단해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집주인에게 새로운 노력이 부담되며 이로 인해 전세보증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문제이다. 이 제도는 금액을 기준으로 볼 때는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종전의 전세금과 동일한 대출금을 수령할 수 있으므로 집주인은 종전과 동일한 제도로 인식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집주인은 상기에서와 같은 주택이 경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입자가 이자를 정상적으로 납부하도록 독려하는 노력이 추가로 소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한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이자를 납부하지 않으면 담보주택을 경매하면 되므로 이자 납부에 대한 독촉을 다른 대출보다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집주인은 마치 월세로 주택을 임대한 것과 동일한 노력이 필요하므로, 이는 궁극적으로 임대보증금을 증액하게 되며, 이로 인해 이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다른 전세주택의 전세금까지도 동반 상승시켜 전세금 인상으로 인한 서민의 부담을 더욱 크게 만들 우려도 있다. 한편 임대보증금 증액은 세입자의 이자 부담액이 증가하는 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세입자 입장에서 현행 전세보증금 융자제도 보다 더 부담되는 이 제도를 이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매월 저금리의 이자만 부담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 제도는 현재의 전세보증금 융자제도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듯이 모럴헤저드를 방지하기 위해 세입자가 전체 이자액 중 일부액은 선납해야 한다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현재의 전세보증금 융자제도 보다 불리한 제도가 되는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전세보증금이 모자라는 세입자는 이 제도를 이용하는 것 보다는 전세보증금 융자제도를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재정을 동원하여 이 제도에서 담보대출금리를 낮춰줄 경우 재정 지출의 타당성에 대한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는 이 제도로 인해 현재와 같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완화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이다. 궁극적으로 현재와 같은 전세보증금의 인상 현상은 2가지 원인으로 인해 발생된 것이다. 그 중 하나는 2002년 이후 급등한 주택가격을 따라 잡기 위한 보증금 인상이며, 나머지 하나는 주택투자자들이 주택투자액에 대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함에 따라 전세주택 공급 물량이 감소함에 따른 보증금 인상이다.

 

이 제도는 전세보증금이 인상되어 고통 받는 서민의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전세보증금 인상 자체를 방지하는 수단이 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전세보증금 인상 현상이 계속될 경우 이 제도를 이용하는 세입자라도 전세보증금 인상분에 해당하는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새로운 고통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다.

 

다섯 번째는 금융기관만 좋은 일을 시키는 제도라는 비난을 받을 여자기 있는 문제이다. 상기에서 분석한 것과 같이 이 제도는 현재의 전세제도에 비해 집주인에게 이자를 납부하도록 독촉하는 노력을 강요하고, 다양한 위험을 부담하도록 강제하게 된다. 또한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 융자제도와는 달리 이자액의 일부를 선납해야 하는 부담이 추가 된다. 결국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금융기관에서는 주택자금대출 상품의 판매는 크게 증가할 것이나, 이로 인해 집주인과 세입자에게는 부담이 추가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금융기관만 좋은 일을 시킨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가능성도 높다.

 

여섯 번째는 주택투기에 편승된 전세제도를 지속화시키는 문제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주택투기에 편승된 제도이므로, 점차 월세 중심의 주택임대차 제도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은 여러 차례의 칼럼을 통해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 제도가 활성화 될 경우 조금씩이나마 사라져가는 전세제도를 다시 성행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 대신 월세와 비슷한 이자를 부담하므로 점차 전세제도가 월세제도로 전환되는데 기여을 할 수 있는 측면도 있으나, 주택투기자 입장에서는 자금마련의 측면에서 종전의 전세제도와 유사한 이 제도를 계속 이용할 경우 주택시장에서 전세제도를 지속화하는 효과를 나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부동산학을 연구하는 사람 중 한사람으로서 ‘렌트푸어‘라는 국적 불명의 용어에 시비를 걸기 전에, 근본적으로 인상된 전세보증금으로 인한 서민의 고통을 해소해주자는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며, 그동안 가진 자의 편만 든다는 비난을 받아온 새누리당 후보 측에서 이런 공약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서민 생활과 밀접한 주택정책들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를 파생시킬 위험이 있으며, 이로 인해 서민주택에 대한 정책을 마련할 때에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일반론적 입장에서 이번에 발표된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에 대하여 짧은 시간 동안 짧은 지식으로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점검하였다.

 

부디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는 상기에서 제기된 문제점과 또 다른 발생 가능한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보다 완전한 제도를 구상함으로써 서민들의 주거생활 안정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1) 보도자료에서는 집주인에 대해 전세보증금 대출이자납입 소득공제 40% 인정이라고 표현되어 있으나, 아마도 임차인에 대해 전세보증금 대출이자납입 소득공제 40% 인정을 잘못 표현한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