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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세력의 후퇴 "환율 1300 진입 임박"

Mr. Han 2009. 3. 17. 18:07

투기세력의 후퇴 "환율 1300 진입 임박"

[머니투데이 이승제기자][수급 장세...17일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1300원 복귀 실패]

 

-역외 투기세력 "많이 먹었다. 이제는 물러날 때"

-매수보다는 매도 우위
-단기 하락 요인 vs 장기 상승 요인...힘의 균형은?
"2월 중순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투기세력의 개입 때문이다. 1600원선에서 막히자 이들이 매도로 돌아섰다. 급등하기 전인 1380원선까지 내려갈 것이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

"1400원 초반에 저가 매수세가 나오고 있다. 며칠 동안 하락세가 이어져 관망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1400선을 두고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B시중은행 외환딜러)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때만큼이나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대표적인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1.5원 내린 1408.5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13일(1404.2원) 이후 한 달 만에 최저치다. 지난 6일부터 단 하루만 빼고 6거래일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환율이 어디까지 내려갈까"에 초점을 맞췄다. 외환 수급이 하향 쪽으로 기울어졌지만, 단기 급락에 따른 반등 가능성도 무시하기 힘들다. 이날 오후 한때 1401.1원을 기록, 1300원대 진입을 시도했지만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무산됐다. 당분간 '수급 경쟁'이 벌어질 것을 예고한 셈이다.

◇역외 투기세력의 후퇴

= 급등 때와 마찬가지로 '역외 투기세력'이 최근 하락의 핵심 이유로 거론된다.
C은행 외환딜러는 "역외 투기세력은 초기 국면에서 외환당국의 의지를 테스트한 뒤 당국이 당황하는 듯 하자 일시에 대규모 공격에 나섰다"며 "하지만 당국이 의외로 강력하게 나선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약화, 3월 위기설 진화, 무역수지 개선, 국내 외화자금사정 호전 등으로 하락압력이 세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역외 투기세력이 '질서있는 후퇴'를 결정했고, 최근 환율하락은 이에 따른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투기세력들 입장에서 상승이란 '대세'를 거스를 만큼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투기세력의 이탈이 진행되며 방향을 모색하던 시장 심리는 하락 쪽으로 기울었고, 결국 단기 수급 안정에 이어 매도 우위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D은행 외환딜러는 "현재 씨티은행 위기, GM 파산 가능성, 동유럽 문제 등 위험요인이 단기적으로 해소된 상태"라며 "수출 감소가 2월 환율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는데, 3월에 흑자규모 40억달러 돌파라는 호재가 나오며 환율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여상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달부터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고 신흥국가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1600원선에서 당국이 적절하게 대응함에 따라 하락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급 경쟁의 결과는

= 외환시장이 '단기급락에 따른 어지럼증'을 어떻게 흡수할 지가 관건이다. 가파른 상승 만큼이나 빠른 하락도 시장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승재료와 하락요인이 맞서고 있다. 투기세력 공격의 약화, 무역수지 흑자, 글로벌 위기감 단기 해소 등은 추가하락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국내 경기침체 및 글로벌 위기 지속이란 중장기 변수는 언제라도 상승전환을 이끌 묵직한 재료다.

D은행 딜러는 "2월 중순 이전 수준인 1380원이 적정 환율 수준이라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리스크들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어서 1400원대가 깨지지 않은 채 1400~1440원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추가 호재가 등장한다면 하락 탄력이 커지며 1400원 붕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윤여상 연구원은 "의미있는 지지선은 1350원 수준으로 보인다"며 "기업 구조조정 등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언제 악재가 불거질 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1400원을 맴도는 박스권을 예상하고 있다. 1300원선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 D은행 딜러는 "△글로벌 상업은행의 정상 회복 △국내 은행의 장기차입 본격화 △은행권 부실의 최종 확인 등으로 리스크가 크게 낮아진다면 1300원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