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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에 검증안된 ‘위그선’ 추진

Mr. Han 2009. 1. 29. 12:38

경인운하에 검증안된 ‘위그선’ 추진

 
ㆍ정부, 선박으로 운항위해 법 개정 검토
ㆍ前정부때 사업성·안전성 미비로 보류

정부가 경인운하에 위그선(Wing-In-Ground Effect Ship)을 띄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를 위해 위그선을 선박으로 분류하는 법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선박은 사업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참여정부가 보류한 것으로 이번에 다시 추진되면서 예산낭비와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28일 “위그선에 대해 항공기인지 선박인지 논란이 있었지만 국제해사기구(IMO)에 의해 선박으로 분류됐다”며 “운항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의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위그선 운항이 가능하도록 현재 선박법·해상안전법 등 8개 관련 법의 개정 작업을 하고 있다. 위그선을 선박법에 기선으로 등록하면 유권해석만으로도 운항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인운하에 도입하려는 위그선은 수면 위 5m 높이에서 시속 250~300㎞로 운항하는 200인승 짜리로 알려졌다. 경인운하는 수로가 좁은 만큼 접이식 날개를 적용할 계획이며 가격은 350억~4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정부는 2011년 말로 계획하고 있는 경인운하 완공 즉시 운항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제성과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은 배에 대해 운항 계획부터 세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위그선의 상용화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추진됐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도 총사업비 1700억원을 들여 2012년까지 대형 위그선(총중량 300t·화물 100t)을 2012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대형 조선업체들이 외면해 사업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운항속도가 시속 300㎞에 이르는 위그선은 다른 선박이나 갑문, 다리와 같은 장애물을 만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안개로 시야가 좁아지면 사고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파도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또 별도의 접안시설이나 전용부두 건설이 필수적이어서 경인운하의 사업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중국·대만 등 위그선이 오가야 할 나라들에서 규정 미비를 이유로 입항시키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한신대 임석민 교수는 “경제성이 없는 경인운하에 현실성이 결여된 위그선을 띄운다는 정부의 발상을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경인운하의 부족한 물동량을 메우기 위해 갑자기 위그선을 생각해낸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위그선

수면과 날개 사이에서 공중으로 떠오르려는 힘이 극대화되는 ‘수면효과’를 이용해 시속 100~500㎞로 운항할 수 있다. 일명 ‘물위를 나는 배’. 비행기냐, 배냐를 놓고 논란이 분분했으나 1990년대 말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으로 분류했다.


위그선 상용화 국가 없어… 경제성 의문

 

ㆍ정부, 경인운하에 투입 추진 왜
ㆍ부족한 물동량 해소·관광자원 활용 포석
ㆍ기업들 사업 외면…안전성 논란도 여전

정부가 흐지부지돼가던 위그선 사업에 다시 관심을 보인 것은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경제성 논란 때문으로 풀이된다. 위그선을 이용해 물동량을 늘리고, 관광객을 확보해 경제성을 높이겠다고 홍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첫 시험운행한 20인승 위그선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에서도 상용화되지 않는 배로 이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28일 국토해양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위그선 사업을 다시 본격 추진키로 한 것은 경인운하 사업 추진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경인운하 사업 재개를 본격화하면서 위그선 운항과 관련한 법개정에 착수했다. 한국선급(KR)에 위그선 운항 안전과 관련한 인증 작업을 맡긴 것도 이 무렵이다.

정부는 위그선으로 경인운하에서 중국·일본·대만 등 가까운 나라와 국내 연안 항구들을 연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그선으로 먼 나라를 오갈 수는 없지만 속도나 연비로 볼 때 가까운 거리는 경제성이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나 국내 사업 추진 상황에 비춰 정부의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우선 위그선을 상용화한 나라가 없다. 1960년대 구 소련이 처음 만들어 나온 지 40년이 지났고, 2000년대 들어 독일·한국 등도 개발했지만 상용화에 이르지 못한 것은 특수 용도 이외로 쓰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정부의 독려에도 이 사업에 끝내 참여하지 않았다. 참여정부는 위그선을 상용화하면 연간 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5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2006년 2월 공개입찰에 부쳤지만 대형 업체들은 “사업성이 없다”며 모두 참여를 거부했다.

뒤늦게 STX조선이 사업참여를 선언했지만 정부와의 이견으로 사업 자체가 좌초 위기를 맞았다. 그나마 위그선 사업이 사장되지 않은 것은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이 2007년 7월 돌연 5년간 2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던 위그선 사업은 이때부터 민간기업의 개발사업 형태로 축소됐다.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먼저 파도가 높을 경우에는 수면에서 뜰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배를 경인운하에서 운항시키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폭이 80m에 불과한 경인운하에서 위그선이 이·착륙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 경인운하의 5개 갑문과 12개 다리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시속 300㎞로 운항할 위그선이 수많은 배가 오가는 서해에서 충돌사고를 내지 않도록 할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또 정부는 운하용으로 날개접이식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지만 이럴 경우의 안전성과 경제성도 추가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미기자 youm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