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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해독-담담당당] 젊은 사회안전망

Mr. Han 2008. 11. 25. 16:29

[암호해독-담담당당] 젊은 사회안전망

 

 

세상시람들이 천지만물의 이치를 연구하는데는 힘을 쓰고 있으나 자기의 몸에 있는 5장 6부와 털과 힘줄과 뼈가 어떻게 되어 있는 지는 알지 못하고 있다." - <동의보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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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전쟁 제23화> 애닯다! 젊은 '사회안전망'이여!

     

    골목길에 가로등이 꺼지면 글쓰기를 시작하자 했는데, 이제 꺼지는 군요. 먼동이 터오는 시간이면 항상 생각이 자유롭게 이어집니다. <동의보감>에 저 구절에 이어지는 말이 "하물며 의사가 이것을 몰라서야 되겠는가!"하는 꾸짖음입니다만...아침 저 한 구절이 경구(警句)로 내게 다가오는군요.

     

    어제 저녁 오랜만에 만난 사랑하는 제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이 부분은 한 번 정리를 해야겠구나 하는 것이 있어, 새벽 쭉 훑어 보고 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20~30대가 가진 <일본에 대한 경계의 해이>입니다. 약간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여기 아고라에 올라온 글 가운데 한 토막을 옮겨봅니다.

     

    "우리는 유대인보다 훨씬 좋은 상황 아닌가? 우리는 경제만 (*주:일본에, 미국에...외국에) 넘겨 준거다. 대한민국이 지워지진 않았다." (닉-투기꾼...)

     

    이 한 구절에서 서글픔을 느낍니다. 국가라는 것, 시대라는 것이 가진 의미를 어찌 저리 모를까 싶어서입니다. 어제의 이야기 가운데서도 그런 말이 있었습니다만, 이런 식의 접근법도 있더군요. 이를테면 이런 반문입니다.

     

    "일본으로부터 투자 받는 것이 왜 나쁜가? 그건 해외로부터 투자되어 오는 게 아닌가?"

    "이미 열린 세상인데...일본돈이라고 별로 다르지 않지. 그냥 받아서 쓰면 되는 거 아닌가? 그게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기만 하면 되지."

     

    음~이런 생각은 한국경제의 구조가 IMF 이후 세계로 얼마나 열려 있었던가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개방된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더군요. 개방의 폭이 너무 넓다보니 이제 어디까지 개방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상태에서 미국발 국제금융위기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더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런 차에 이런 글 한 편을 이 새벽에 보게 됩니다.

     

    "너무 닫고 있다가 외국에 대해 알지 못해서 외세의 침략에 대비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나라를 빼앗겼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너무 열어주다 보니까 쌓인 조선말기 부채 때문에 빼앗긴 것이 또 우리나라라는 것을...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기 전에 빌려준 외채 때문에 나라를 빼앗긴 빌미가 되었고 국채보상운동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를..."

     

    cir3939님의 글 가운데 일부입니다. 가슴이 싸아합니다.

     

    한겨레 11.22자 일본의 대표적 논픽션 작가 '호사카 마사야스'의 인터뷰가 있군요. 이 양반은 일본 내의 군국주의가 지금 어떤가를 내내 추적해온 사람입니다. 그 제목이 확 눈에 들어옵니다. <'천황위해 죽어라'는 옛 논리 자위대, 권력기구 안에 상존>. 그러니까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지요. 그의 글 하나가 다시 눈에 띕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권력이란 것은 인간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을 실감했다. 권력의 무서움이다. 권력은 늘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

     

    한국의 오늘에서 일본은 여전히 정상적이지 않은 <이상한 권력>입니다. 극우와 우경화하고 있는 사회 속의...정치적 형세 속의...그들의 경제력이 단순하게 경제적 협력이나 평화적인 도구로 사용된다고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른바 '상전'(商戰)이란 어떤 형태로건 수비와 공격이 있게 마련이지요. 국가의 기초체력이나 제도, 그리고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 정책의 타당성 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매일 매일의 상황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1년, 3년, 5년, 10년... 더 이어지는 미래까지를 감안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미시적인 방향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한 사회 국가는 거시적인 방향잡기에도 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들에게는 대개 'from hand to mouth' 같은 조급함이 배여 나오지요. 우리만 살고 끝나도 좋을 땅인지, 그런 시대인지...아니면 비정규직의 고통처럼 지금 당장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언제 미래를 설계하는가 하는 외침처럼 '오늘과 딱 내일'만을 목적으로 시야를 좁혀야 할 때인가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애닯습니다.

     

    전대미문의 국제경제 위기가 터졌습니다만, 한국에도 지금 사실상 전대미문의 일은 거듭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애써 외면하는 눈이 많고, 자각하지 않는 무지함이 넘치지요. 정부가 수립된지 60년 만에 처음 벌어지는 게 아니라...사실 거의 100년 전의 상황과 아주 흡사하고...그보다 더 열악한 경우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정작 그것을 헤쳐 나가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야 할 20~30대의 사회 안전망은 엷고도 엷게 보입니다.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보라는 이야기보다 앞서 '동의보감' 한 구절처럼 자신의 몸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내가 낳은 자식이 어디로부터 살아가게 될 것인지 정도는 걱정하고 사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먼 동이 텄군요. 이미 밝기가 한참입니다.

     

    ※ 100년전과 지금은 같은 상황.

    먼저 빚을 줘서 한풀 꺾고 따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