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야기/유용한 정보

가압류 . 가처분

Mr. Han 2016. 10. 10. 09:02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A회사는 B회사로 부터 휴대폰 부품의 재료가 되는 원료들을 공급받고 물품 대금을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B회사는 물품 대금을 청구해야 하는데, A회사가 워낙 큰 거래처이기 때문에 심하게 독촉할 수 없었고, A회사도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B회사에게 물품대금을 늦게 주는 방식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B회사의 대표이사는 A회사의 대표이사가 재산을 빼돌리고 사업을 접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B회사의 대표이사로 부터 물품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의뢰 받아 진행하는 과정에서 A회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은 부동산 밖에 없다는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A회사가 부동산을 팔아버리게 되면, A회사에게는 별다른 재산이 남아 있지 않게 때문에 B회사로서는 물품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될 상황이었습니다. A회사가 자신의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게 하려면 가압류 또는 가처분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가압류 신청을 하기로 결정하고 급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가압류 신청서를 접수하려고 등기부 등본을 떼어 보니, 부동산이 ‘소유권 이전등기 중’ 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A회사는 이미 부동산을 팔아버린 것이었습니다. 하루 차이로 가압류 신청을 할 수 없게 되자 B회사로서는 정말 난감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A회사의 재산이 추가로 있는지를 조사했는데, 마침 두 필지의 부동산이 남아 있었습니다. 다시 급하게 가압류 신청을 준비하여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가압류 등기가 완료 되었습니다.

당시 A회사는 가압류 등기가 완료된 두필지의 부동산에 대해서도 매매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었습니다. A회사로 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려던 사람은 부동산에 가압류 등기가 되자 A회사에 대해 격렬히 항의하며 계약 파기를 주장하였습니다.

이때 다급해진 A회사는 B회사를 가압류 신청을 취하해 주면, 부동산 처분 대금을 받아 물품 대금을 모두 주겠다고 했습니다. A회사의 대표이사는 B회사를 찾아와 계속 가압류 신청의 취하를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B회사의 대표는 제게 조언을 구했고, 저는 물품 대금을 받기 전에는 가압류 신청을 취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의견을 드렸습니다. 결국 다급해진 A회사는 B회사에게 먼저 물품 대금을 지급하고 나서야,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었습니다.

B회사의 입장에서는 지루한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가압류 신청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B회사가 돈을 받기 전에 가압류 신청을 취하해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A회사는 B회사에게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많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 또는 가처분을 해제해 주면, 부동산을 팔아 돈을 갚겠다는 한 후, 가압류 또는 가처분을 해제 해 주면 돈을 안주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소송 전에 일시적으로 현상을 동결하거나 임시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재판을 ‘보전처분’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소송할거니까 ‘동작 그만하고 있어!’라는 재판입니다.

보전처분에는 금전채권에 대한 가압류, 가처분 이외에도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과 같은 임시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양육비 사전처분’ 등의 비송 사건에서의 보전처분, ‘영업정지 가처분’ 등의 공법상의 보전 처분이 있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가압류와 가처분에 대한 이야기만 해보려 합니다.


<보전처분이 왜 필요한가?>
가압류는 돈을 받기 위한 소송을 하면서(금전채권에 대한 소송) 채무자의 일반 재산을 ‘임시로’ 현상 동결하는 재판이고, 가처분은 특정한 물건이나 권리에 대한 소송을 하면서 소송의 목적물이 된 물건을 ‘임시로’ 현상 동결하는 재판입니다. 가압류는 돈, 가처분은 특정물(계쟁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례처럼 소송의 상대방이 자신의 재산이나 사건의 목적물이 된 물건을 빼돌려 버린다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100억짜리 승소판결문이 있으면 뭐하겠습니까? 돈을 줄 사람이 돈이 없으면 못 받는 것입니다. 실제로 소송에 이기고도 돈을 못 받는 경우는 매우 흔한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송보다 보전처분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압류 또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준 경우(인용), 소송의 상대방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보전처분은 상대방 당사자가 모르게 이루어지고, 재판(변론)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다만, 최근 고액의 가압류의 경우에는 재판을 열고 있습니다).

보전처분을 당하는 사람은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거나 법원의 통지를 받기 전까지는 가압류나 가처분이 되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더구나 보전처분의 결정은 굉장히 빠른 시일 내에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수단입니다.


<보전처분은 임시처분>
가압류와 가처분의 ‘가(假)’라는 글자는 ‘임시’라는 뜻입니다. 확정적이 아니라 임시 처분이기 때문에 ‘가(假)’라는 글자가 붙은 것입니다. 법원이 보전처분 신청을 받아 주었다고 해서, 승소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보전처분을 신청한 사람이 본안 소송에서 패소한 경우, 부당한 보전처분을 한 것이 되므로 보전처분을 당한 사람(피신청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압류, 가처분을 없애려면?>
내 부동산 등기부에 기재되어 있는 가압류(또는 가처분)를 없애려면 법원에 가압류이의신청 또는 가압류 취소신청을 해야 합니다. 이의신청은 가압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가압류를 없애 달라고 하는 신청이고, 취소신청은 사정변경이나 담보 제공 등 보전처분에 취소 사유가 있는 경우 하는 신청입니다.

또한 법원은 가압류 신청을 인용해 주면서, 채무자가 담보를 제공하는 경우에 가압류를 취소할 수 있다는 문구를 명시합니다. 이러한 경우 채무자는 법원이 요구한 금액을 담보로 제공한 후에 가압류를 취소한 후 본안 소송을 계속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아직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경우 제소명령 신청을 할 수 있는데, 법원은 보전처분을 한 신청인에게 소송을 제기하라는 명령을 하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너랑 나랑 법원에서 제대로 한번 붙어보자.’는 신청입니다. 이때 법원으로부터 소송을 제기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전처분이 취소됩니다. 보전처분은 꼭 필요한 절차이기는 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본안 소송 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